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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향학열 (황동수 세탁정보 발행인의 수필가 등단작품)

일상의 생활이나 직업적인 일에 바쁘다가도 나는 가끔 부스러기 시간이 생길 때에는 근처 도서관에서 시간 보내기를 즐긴다.

특히, 무더운 여름이나 매서운 눈바람이 몰아치는 추운 겨울에는 도서관안의 시원한 온도나 훈훈한 따스함이 나의 마음까지 편하게 해 준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마땅히 공부를 할 장소가 없어서 주로 사립 도서관을 찾아가곤 했는데 도서관의 자리는 한정이 되어있고 사람은 많아 자리 하나를 차지하려면 아침 일찍이 가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날은 허전한 발걸음이 초조하고 서운했다. 그러나 미국의 도서관은 언제 가든지 사람을 기다리는 자리가 있어 고마웠다.

도서관을 갈? 때마다 버릇처럼 주위를 한번 훑어본다. 특별한 생각 없이 생긴 버릇이지만 한국 아이들이 다른 나라에서 온 아이들보다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언제부터인가 위안과 기쁨을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도서관 안의 벽을 따라 드믄드믄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나지막한 목소리로 담소를 하던, 친구 몇이서 책상에 둘러앉아 숙제를 하던, 혹은 잡지나 만화를 보던, 나는 한국 어린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보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그 자체에서 흐뭇함을 느낀다. 미래의 성공을 오늘 보기 때문이다.

속된 말이지만 “공부해서 남 주는가!”

흡연이다. 마약이다. 폭력이다 하는 청소년들의 문제가 많은 나라에서 학교의 수업이 끝난 오후 시간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한국의 어린이들이 대견스럽고 자랑스럽다. 한국인과 한국 사회의 미래가 그려지기 때문이다.

한국의 이민 역사는 짧다. 짧은 거리는 단거리를 뛰는 선수들처럼 숨차게 뛰어야 한다.

지난 봄 어느날, 책상 위에 쌓인 어수선한 우편물을 정리하다가 근처에 있는 대학 여름학교의 프로그램 안내서가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 일어 그 대학의 여름학교 강의 과목을 대강 훑어보던 중 [마케팅 101] 이라는 과목에 눈이 쏠렸다. 나는 어릴 대부터 지금까지 공학과 더불어 살아 왔다. 한국 전쟁 당시 대구로 피난을 간 나는 중학교 입학원서를 제출하면서부터 공업 중학교를 선택했던 것이다. 그후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 그리고 미국에서의 박사학위까지 줄곧 공과를 공부했고 지금의 일하는 분야도 공과이다. 그러던 중, 폐간상태로 놓인 세탁업계의 한국어 월간지인 ‘세탁정보’를 인수하게 되었다. 상과에 대하여서는 전혀 배운 것이 없어 [마케팅 101]을 수강하게 되었다.? 세탁정보의 상업화를 위해서 였다.

30여 년만에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 나의 마음은 흥분되기도 했고 산다는 것이 재미있기도 했다.

?“인생은 60부터!”

미국의 공과대학에서는 수학을 많이 가르친다. 미국대학에? 와서 공부를 시작하는 첫해에 택한 과목 중 하나가 [고등 미적분학]이라는 수학이었다. 나는 [고등 미적분]에 대하여 별로 기초와 이해가 없었는데 선배들의 권유에 의해서 그 과목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어찌되었던 지금은 그 당시 수학교수에게 배운 모든 것이 희미한 추억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한가지 이론이 있다. 즉‘공학을 공부하려면 물리학을 공부해야 되며, 물리학을 공부하려면 수학을 공부해야 하며, 수학을 공부하려면 철학을 공부해야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학은 철학과 연결이 된다는 것이다. 대게는 공학과 철학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정의를 내리는데 공학을 공부하려면 철학을 공부하라는 교수의 이론 앞에서 “점이란 무엇인가?”“직선이란 무엇인가?” 하는 철학적 사고방식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점과 직선은 공학의 기본 이론이라는 것이었다. 고대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수학자이면서 철학자라는데에 이해가 갔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는 현대 수학의 기본바탕이기도 하면서 우주를 탐구하는 현대과학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공간에 두 개의 점이 있으면 거기에는 직선이란 개념이 성립된다. 원도 직선의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에서 우주여행의 가능을 현실화한 것이다.

수학에서 말하는 공간에서의 점과 직선의 개념을 시간이라는 철학적 영역에 적응을 시킨다면 과거와 현재라는 두 개의 점은 미래로 그어지는 직선이 될 수도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학교와 도서관에서 부지런히 공부하는 다민족 이민사회의 한국학생들을 보면 지금이라는 한 개의 작은 점이 성공의 밝은 한인사회를 이루는 힘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불을 뿜는 단풍나무의 익어 가는 색깔이 미래의 한국사회처럼 선명하게 다가오는 가을이다.

(황동수, 세탁정보 발행인)